고류원 1차 글쓰기

고류원
2020-11-09
조회수 849


<태국에서의 하루>

2015년 우리가족은 태국 방콕으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5년 세월의 힘은 내 인생의 소중한 초 중고 시절을 <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날씨 언어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채워지고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 거대한 시간 뒤로 수도 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 가족들의 만장일치로 찾은 태국 최고의 휴양 코스가 있다.바로  <YUNOMORI(유노모리) / ONSEN(온센)> 이다.

우리 가족 구성원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우리는 <YUNOMORI(유노모리)>로 떠난다. 바로 오늘이 그 날이다.  휴양에 필요한 각자의 준비물을 챙겨 출발한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콘도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P2 버튼을 누른다. 시작부터 우리는 <Mitsubishi(미쓰비시)> 일본 전범 기업으로 아주 유명한 회사가 제작한 엘리베이터와 마주한다. 2016년 배우 송혜교가 중국에 방송될 미쓰비시 자동차 CF를 거절해서 핫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한창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기에 송혜교가 거액 CF거절은 그녀가 개념 연예인 임을 알림과 동시에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미쓰비시를 온 국민적 관심 브랜드 그리고 중학생이던 나에게 까지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더 충격적인 것은 <태양의 후예>이후에 제작된 송중기 황정민 주연의 영화 <군함도> 바로 그곳이 한국인 10만명을 포함한 동 아시아인들을 강제로 끌고 와서 노예노동을 시킨 것으로 미쓰비시의 곳간을 불리게 된 역사적인 장소라고 한다. 일본 군국주의는 미쓰비시제 전투기와 무기 구함 등으로 2차 대전을 이끌었고 이를 기반으로 미쓰비씨는 폭풍성장을 하며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적인 예로 태국의 수 많은 빌딩 속의 엘리베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를 기다린다. 혼다(HONDA) 택시가 지나간다.  ว่าง (왕/ 비어있음)’ 이라는 , 빨간 신호불이 꺼져있다. 손님이 타고 있다는 뜻이다. 그 뒤로 3대의 오토바이들이 그룹을 지어 달려 오는 모습이 보인다. 스즈끼(SUZUKI), 야마하(YAMAHA), 다시 혼다(HONDA) 일본 일본 일본이다. 태국거리에 움직이는 일본만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순식간에 휙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앞에 멈춰 선 닛산(NISSSAN) 택시. 우선은 탑승 허가를 해준 고마운 택시에 우리는 기분 좋게 올라탄다.

반가운 마음 가득 담은 목소리로 “สวัสดีค่ะ(사왓티 카/ 안녕하세요) ” 하는데 택시 아저씨는

 “เป็นคนญี่ปุ่น(뺀 콘 이뿐/ 일본 사람인가요?)” 한다. 5년 세월 그 수 없이 만났던 택시 아저씨들 중 첫 마디에 “한국인인가요?” 하고 물어본 아저씨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100% 부동의 1위 우리는 태국에서 “일본인 인가요?”의 일본인으로 인식되었다. 택시 안에서는 짜증의 침묵이 흐른다.  우리의 소심한 복수는 택시비를 팁 까지 얹어 조금 여유 있게  지불 후 택시에서 내리기 직원 เราเป็นคนเกาหลีค่ะ (라우 뺀 콘 까오리 카/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내리는 것이다.

<YUNOMORI(유노모리) / ONSEN(온센)>은 

<AUTHENIC JAPANESE ONSEN AND SPA IN THAILAND> 

바로 일본의 온천과 태국 타이 마사지의 결합된 일본 프렌차이즈 목욕 시설이다.

오랜 태국 생활로 우리는 너무나도 한국의 목욕탕 사우나 찜질방 문화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연중 내내 더운 날씨인데 무슨 온천이냐고 묻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태생부터가 뿌리 깊은 한국인이라 어느 쌀쌀한 초겨울이나 비 오는 날 혹은 육체적으로 너무도 피곤한 날 따뜻한 탕 안에 들어가면 그날의 모든 무거움, 힘듬, 짜증 , 아픔 다 녹아져 버리고 심지어 다시 신체와 정신의 활력을 불어 넣는 기적과도 같은 마법을 부리는 것이 온천이라 생각한다. 태국생활 3년차 우연히 알게 된 유노모리는 그렇게 우리가 타향에서 우리의 나라를 나라의 향수를 목욕을 그리워하게 되는 매 순간이 한국 일 때마다 가족의 생일이 될 때 마다 되찾게 되는 우리만의 지상낙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확실히 지상 낙원이었다. 오늘의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우선 입장 하기 직전 일본의 전통 의상인 다양한 색상의 <유카타>를 선택한다. 유카타라는 명칭은 유카타비라, 즉 목욕한 후에 몸을 닦는 수건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는데 원래 유카타는 천황이나 귀족들이 목욕한 후에 입는 옷이었는데 무로마치 시대 말기에서 에도시대 초기에 이르러 민간에서도 유카타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탕 안의 서비스로 제공 되는 목욕 제품은 KANEBO(가네보) 당연히 일본 제품들이다. 유노모리 안에서는 태국 전통 마사지를 제외하고는 일본식 식사와 일본 디저트. 일본어, 일본 사람들 일본으로 가득하다.

초반 온천의 매력에 이끌려 유노모리를 찾을 당시에는 이 더운 나라 태국 그것도 수쿰빗 방콕 도심 한가운데 덩그라니 고급진 일본온천 문화를 뿌리 깊게 심어 놓다니 홍보 전단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유노모리는 이미 싱가포르, 파타야까지 진출해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만해도 그들의 전략적인 침투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유노모리! 그런데 오늘은 보통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분주해 보이고 평소와는 뭔가가 달랐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노모리 입구 카운터 벽 면 가득 아주 크게 ‘욱일기’가 걸려 있고 유노모리 개업 3주년 이벤트라고 적혀 있었다.

3주년 축하 한다고 ‘욱일기’ 아래에서 경품 추첨을 하라고 한다. 정말 크레이지한 혹은 무지함으로 비롯된 방치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의 내용을 정확히 인용하자면 ‘욱일기’ 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일본의 군기.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전범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현재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군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 종종 사용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 것이 왜 이 문제의 것이 태국 방콕 스쿰빗 26 한복판에 걸려 있는 것인가?

우리 가족은 정신적 충격으로 오늘을 마지막으로 유노모리와의 인연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이별의 온천 휴식을 마치고 우리는 ‘7-ELEVEN’에 들렀다. ‘7-ELEVEN’은 태국 전국 동네 구석 구석 마다 자리하고 있는 일본 편의점이다. 그 수를 다 합친다면 아마도 아니 그 각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과 일본으로 보내지는 수익금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태국에 살면서 ‘7-ELEVEN’ 을 이용 안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종 전기료, 통신비 항공권결제 시스템 등 많은 기능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편리함 때문이라도 ‘7-ELEVEN’은 우리 태국생활의 필수불가결한 매개자가 되어 있다. ‘욱일기’ 사건으로 속상했던지 엄마는 ‘7-ELEVEN’ 카운터 옆자리에 NO. 1으로 자리하고 있던 평소에 내가 전혀 관심 가지지 않았던 조그만 상자를 손끝으로 살짝 가리키셨다. 그 브랜드는 OKAMOTO(오카모토). 자세히 보니 ‘NO. 1 IN JAPAN’ 이라고 적혀 있었다. OKAMOTO(오카모토)는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위안부의 피눈물로 글로벌 기업이 된 일본 콘돔 회사라고 하셨다. 나는 김 숨 작가의 장편소설  한 명’이라는 육신의 소멸에 저항하는 기억, 홀로 남은 위안부 할머니의 시대의 증언,  “한 명이 ‘한 명들’이 될 때 기억은 역사가 된다” 라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읽은 적이 있다. 아울러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 추천 애국 영화 조정래 감독의 귀향(2015년)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저 오카모토가 우리 대한민국의 뼈 아픈 역사 속 그분들의 영혼과 육체를 짓밟던 순간마다 매개체로 사용된 역사적 증거물이라는 것이 역겨웠다. 태국 방방곡곡 ‘7-ELEVEN’ 계산대 옆 자리마다 오카모토가 자리하고 있다 생각하니 정말 속이 울렁거리며 토할 것 같았다. 충격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태국에 살고 있으니 거부감 없이 아니 정말 무지함으로 지내왔던 것 같다. 참으로 정신이 번쩍 들고 섬뜩한 기분이다. 태국인들 중 아니 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오카모토 제품을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피니언 뉴스 기사에 따르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 정부가 중립 노선 밝힌다. 그에 대해 일본이 요구하는 것은 버마, 말레이시아 등 영국식민지를 공격할 터이니, 태국은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를 침공할 길을 빌려 달라(征明假道/정명가도)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2차 대전 당시 태국은 일본의 직접적인 침략을 받던 나라들 보다는 자율성을 유지했지만 실직적으로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형태 였다고 규정될 수 있다고 한다.

태국은 병력을 동원해 버마, 말레이시아 전선에 참전해 영국군, 미군과 싸워 태국은 버마, 말레이시아, 라오스에서 영토를 넓혔다. 일본에 부역한 대가 였다. 연합군은 그 반격으로 방콕 시내를 공습했다. 이 무렵 일본군이 영국군 포로들을 동원해 버마와 태국 국경을 흐르는 칸차나부리 콰이강에 다리를 건설했는데 유명한 The Bridge on the River Kwai(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가 이 때의 스토리라고 한다.

 그럼 제 2차 대전 이후의 일본과 태국관계는 어땠을까? 생각해 볼 것도 없다.

대략 제 2차 대전 종식 후 10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오늘 일정을 통해 우리는 태국 방콕에 있지만 집 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태국 속의 일본이 아니라 일본 안의 태국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현실 확인을 하게 되었다.

그 심각성의 깊음은 2020년 올해 초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하여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 세계가 뛰어 들었다. 이에 일본이 내세운 것은 ‘아비간(성분명 Favipiravir, Thai/파비피라비르)’이다. ‘아비간’은 코로나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기형아를 낳을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대한민국에서는 국내에 들여오지 않기로 결정한 코로나 바이러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약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태국 뉴스에 따르면 태국 제약 공사는 항 인프루엔자약 아비간 4만정을 일본에서 수입 했다고 발표했다. 18000 정을 방콕 수도권과 지방에 공급하며, 4000정은 태국 제약 공사가 비축한다는 발표를 하는 태국과 일본의 현재의 모습이다.

태국 국민의 안전은 어디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태국인들이 모국어인 태국어 입문을 위한 어린이 학습 교재 중에서도 일본의 구몬 학습지가 높은 인지도로 성황리에 영업 되고 있다. 태국에서 태국어 조차도 일본의 구몬 학습지 태국어가 인기라니… 나로써는 참으로 혼란스럽다. 앞으로의 태국에서의 생활에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으며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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